O - 중년은 위기의 시기가 아니라 고통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좋은 시기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수록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 궁리하고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라도 실천한다. 이는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의 창조와 다르지 않다.
출처: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40세부터 50세까지의 나이를 지닌 사람 중에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를 경험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10-20% 정도라 합니다.
백인 중산층 이상 남성에 국한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거죠.[1]
하지만 중년의 삶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중년의 위기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 소수가 경험하는 현상이지만, 삶의 만족도에 관한 최근 연구를 보면 선진국/개발도상국 관계 없이 U자 형태의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고, 40세-50세 구간에 삶의 만족도가 최저인 지점이 나타납니다. 아래는 미국 데이터입니다.[2]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현재 당신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 물어보고 0(매우 불만족)에서 10(매우 만족) 사이에서 평정하게 하는 것이죠.
40세에서 50세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의 건강을 늘 신경 쓰고, 직업적으로도 고군분투해야 하는 삼중고에 직면합니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사중고가 되겠죠. 위 그래프가 여실히 보여주듯이, 중년에 자기 삶에 "꽤 만족한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것과 그러한 낮은 만족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No Stupid Questions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엔젤라 덕워쓰가 이 점을 지적합니다.
..But I am satisfied being dissatisfied with my work. I don't want to live a life of complacency. I want to get better.
하지만 나는 내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더 나아지고 싶다. - 파파고 번역
직업 만족도에 국한시킬 때 개인적으로 과거보다 만족도가 낮아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낮아진 만족도가 저를 더 살아있게 합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요.
어떻게 하면 직업적으로 낮은 만족도에 처한 이 시기를 보다 충실히 보낼 수 있을까 여러모로 궁리하고, 이 과정에서 도출된 나름의 해법을 치열하게 실천합니다. 그 일환으로 주중 매일 하루 한 시간 이상 영어공부를 합니다. 또한 주중 매일 30분가량 듣거나 읽은 것에 관해 메모를 하며, 메모한 것을 모아 주중 한 편의 글을 올린 지 오늘로써 43주차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민식 피디의 세바시 강연[3]을 보니 이 분도 비슷한 생각과 실천을 했더군요. 즉, 그는 직업적으로 역경에 처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면서 말이죠.
우리가 이제 인생을 살다가 괴로울 때 이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뭘 해야 되냐면 우리 하루하루의 삶의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비슷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양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각자의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직업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때 불안한 것이 자연스럽지만, 불안이 자아내는 여러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매몰될지 혹은 불안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을 할지는 본인 선택이고 선택의 책임도 본인이 집니다.
엔젤라 덕워쓰나 김민식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듯이 만족스럽지 못한 삶에 정체돼 있느냐 아니면 만족스럽지 못한 삶 한가운데서도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냐는 결국 본인의 선택입니다.
중년의 위기이든 삶의 만족도가 최저점을 찍는 시기이든 간에 불혹의 나이 즈음 찾아온 직업적 어려움은 제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 삶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 글을 계속 쓰고
- 영어공부를 지속하며
-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 6살 딸, 4살 아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 아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저는 위 다섯 가지를 현실화하기 위해 날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행동합니다. 직업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불만족스러움이 제 가치와 우선순위, 행동 방안을 명확히 하여 실행하게끔 돕는 느낌이고, 지금 삶에 전반적으로 만족합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는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원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빚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4]
예술은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에 전념하는 것은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예술가의 창조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관련 메모
- P - 중년에도 저마다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성격 발달은 계속 된다
- P - 낭비되는 시간을 의미 있는 행동으로 채워 넣기
- P - 맞닥뜨린 자극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게 돕는 메타인지
- P -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안이 무엇일지 생각하라
- P - 좋은 글을 남기고 자식과의 좋은 관계를 남긴다
- P - 해야 할 것뿐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에도 초점을 두라
- P - 고통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위한 존재로서 태어났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 P - 가치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메모 습관